(작은 공연이었던 만큼 입소문도 적어서 써놓은 후기 여기저기 올리는 중)

흠...
어떤 말로 시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내한 공연을 줄곧 다녔지만, 정말 내가 몸바쳐서 좋아한 밴드들의 조합만은 아니었다. 어렸던 시절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서, 그 우주의 질과 규모를 알고 압도되어 버렸다. 대개 그렇다. 다들 진지하게 듣기 시작하면 압도되어 조급해진다. 좋은 음악도 너무나 많고, 들어야 할 음악도 너무 많다. 행복하기도 하면서 감당이 안되는. 그래서 그 무한함 안에서 취향을 골라 내는 게 쉽지 않았다, 나의 경우엔.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다 좋았다. 각각의 느낌이 너무도 다르고, 내게 보여주는 세계도 너무 달랐다. 무엇 하나를 찍어서 좋아한다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어렵게 닿았다. 내가 정말 이상향으로 삼고 싶은 음악이, 바로 이들이었다
extreme
more than words와 꽃미남 기타리스트 누노가 밴드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어 버렸지만, 이들은 그 충분한 화제성만으로 말하기엔 너무도 재능있고 sophisticated한 음악을 하는 밴드이다. 내가 이들을 만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숭배하게 된 건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것 같다. 미국을 다녀오는 지인으로부터 <pornograffitti>의 CD를 얻었다. 당시 우리 나라에서 나오는 이들의 2집인 이 앨범은 검열을 거친, 완전판이 아니었던 것. 하지만 내가 정말 이들의 팬이 된 건 해를 넘기고 <III sides to every stroy>를 들은 뒤였다. 이미 앨범이 나오고 몇년이 지난 뒤였는데, 거의 한달 내내 3집을 CDP에서 꺼내지를 못했다. 클래시컬한 분위기를 주는 록음악은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이들의 한없이 펑키하고 거침없는 r'n r으로부터의 진화는 놀랍고 진지하고 감동적이었다. 충분히 하드하면서도 예술적이고, 곡마다 다양한 장르적 시도의 느낌을 주고, 특유의 리듬감 넘치는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품격을 보여주고. 뭐라고, 장르적으로 뭐라고 구분하기가 어려운 앨범이었다. 하지만 곡들 모두 꽉차 있었고, 하나하나의 맛이 다르면서도 앨범을 관통하는 흐름. 3집을 들어내고 나서 다시 2집을 찾아 들었다. 그때에서야 다시 2집이 품 안에 온전히 들어왔다. 역시 너무 너무 좋았다. 발군의 리듬감을 가진 연주에 누노 특유의 시원하고 예민한 멜로디, 흥겨운 펑키함이 온 곡에 흘러 넘치고, 깨끗하게 날이 잔뜩 서 있는 군더더기없는 하드록. 게다가 발라드 어쿠스틱 넘버들에서도 빠짐없는 감각을 보여주고..
많은 걸 가지고 있으면 그것들이 이리 빠지고 저리 흐를까 걱정하게 되는데, 이들은 정말 좋은 균형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누노처럼 걸출한 테크니션이 그렇게 화려한 솔로를 할 때에도 밴드됨을 전혀 해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따로 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정말 좋았다. 쫄깃쫄깃한 맛을 내는 싱커페이션으로 잔뜩 무장한 감각적인 리프들, 그게 기본이 되는 익스트림 특유의 그 펑키한 리듬감, 멜로디 감각 또한 탁월했고, 연주실력은 말하면 입아프고, 하드하면서도 도시적 깔끔함이 묻어나는 거침없는 품격. 어느 누구의 음악도 이들과 비슷하지 않았다. 다양한 시도와 도전이 빛났던 젊은 시절의 익스트림은...정말 내겐 최고로 멋진 록음악을 하는 밴드였다. 저 많은 장점이 과부하 안 걸리고 밴드 안에서 저런 밸런스를 보여주다니. 군더더기없음...정말 이상향
뭐랄까, 꼭꼭 들어가 있는 애절하거나 혹은 발랄한 어쿠스틱 넘버들이, 대중을 겨냥한 끼워넣기라기보다는 그들의 장점을 그냥 낭비할 수가 없어서 만드는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또 하나의 익스트림 브랜드랄까. 코러스를 맡는 기타의 누노와 베이스의 팻 모두 보통이 넘는 실력자들. 코러스가 참 멋지게 또다른 악기 역할을 하는 밴드이기도 하다. 정말 재주도 많지. 누노는 피아노도 잘 친다. 기타를 그렇게 신의 영역에서 치고 있으면 다른 건 좀 못해도 뭐라 안 할 텐데...건반, 기타, 프로듀싱, 송 라이팅, 지향하는 장르도 모든 걸 아우르고 있고...누노도 좀 천재과. 이거저거 다 잘한다는 의미에서라기보다는(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거침없이 다양함을 싸안는 태도를 보면, 그런 것 같다
게다가...많은 프런트맨들 중에서 게리는 정말 내 타입이기도 하지. 원래 프러트맨은 부끄럼 타도 안되고, 관객을 일차적으로 휘어잡을 수 있도록 무대 위에서 잘 놀아야 한다. 그게 과해지면 똘끼가 되는 거고. 똘끼 충만한 보컬들은 참으로 많지...결국 일차적 전달자의 역할은 보컬이기 때문에, 참 그들의 능력이 중요한데- 게리는 딱 적당하게 귀엽다. 참 여러 말도 안되는 춤들을 추면서 무대를 누비는데, 똘끼와 귀여움이 적당하게 섞여 있다! 보면 일단 즐거운 프런트맨이라니, 얼마나좋은가
그래서 내 훼이보릿이라고 말하고 다닐 수 있는 이들은...4집 <waiting for the punchline>을 낸 지 1년만인 1996년에 해체한다. 어떻게 보면, 가장 훌륭한 결과물을 내야 할 시점인 갓 30세가 된 그때. 이미 이십대 중반에 시대의 록음악을 말할때 회자될 명반을 잇달아 내놓아 버린 밴드였기에, 속상했지만 왠지 납득해 버렸다....그리고 12년이 흐른 뒤,
이들은 나에게 이런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새 앨범 <saudades de rock>을 내고, 우리나라를 찾는다
지금 쓰면서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어제 나는 정말 그곳에 있었던 걸까?
내 어렸던 시절, 난 얼마나 이들을 좋아했던가. 이 공연을 기다리며 문득문득 감격 때문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곤 했었다. 5집을 사고 속지를 훑는데, thanks to에, 대문자 볼드체로, "누구보다도 우리의 팬들에에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돌아왔어요!"라고 써 있는데, 그거 보고도 눈물이 나왔다. :) 그리고 나서는 예매를 마치고, 스탠딩 130번대를 거머쥐었을때, 그때에도 눈물이 나왔다. 더 앞의 좌석을 맡을 수도 있었다. 꾸물대지만 않았어도- 어쨌든 예매확인을 마치고, 실감이 나지 않아 가슴이 미친듯이 뛰고 대책없이 울음만 나왔다. 이게 현실인가?
공연얘기는 이제 시작할 참인데 이미 얼마만큼 쓴 거냐 대체...
광나루 역 멜론악스홀. 번다한 시내에서 적당히 떨어진 그곳의 한적한 위치가 맘에 들었다. 가방과 겉옷을 라커에 밀어넣고 줄을 섰다. 7시에 예정된 공연, 5시 55분경에 스탠딩 줄을 입장시키기 시작. 난 무대 정중앙, 세번째 줄에 자리잡았다. 입장 뒤의 1시간이 지루한듯, 지루하지 않은듯, 떨림 속에서 흐르고 7시에서 5분 정도를 보낸 시점에 불이 꺼지고 decadence dance의 전주, 건반 소리가 흘러나온다. 정말 그 순간의 기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무대의 막이 오르고, 어둠 속에서 왼쪽에 팻, 오른쪽에 누노의 실루엣이 보인다. 그리고 쿠궁하고 연주가 시작될 때 조명이 켜지며 익스트림은 모습을 드러낸다
아아 ㅠㅠㅠㅠ
게리는 머리를 금색계열로 염색한 것 빼고는 달라짐이 없다. 이십대 중후반 전성기를 보낸 이들도 이제 40대를 훌쩍 넘어서 있다. 하지만 전혀 문제없다는 것을 보면서 알았다. 다소 요란스러운, 거침없어서 귀여운 게리의 무대매너는 여전했다. 마이크 스탠드를 관객석 쪽으로 눕히며 호응을 이끌어낸다. 음색도, 음력도, 음압도 문제없었다. 게리형 관리 잘해왔구나! 그리고,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팻. 십여년전 길게 기른 곱슬곱슬한 금발 머리의 그는 전형적인 꽃미남 로커였는데...얼른 보면 거의 달리짐이 없는 게리(게리는 십오년전부터 그렇게 좀 겉늙어 보였다;)에 비해 많이 나이가 들어 보였다. 이젠 누가 봐도 아저씨 로커가 되어 버렸어. 누노랑 게리는 어디가서 팬심을 부추기면 아직도 이십대 같고 오빠 소리 들을만한데. 그런데 워낙 조용하고 숫기가 없는 편인 팻이라 그 변화가 또 참 그다워 보였다. 살도 좀 오르시고 ㅋㅋ
누노는...클로즈업된거 보면 그도 세월의 흔적을 비켜갈 순 없지만, 예전 익스트림 때의 샴푸광고모델같던 흑단같은 긴 생머리와, 솔로 시절의 짧은 머리의 중간 길이인 어깨선을 넘는 길이의 세트된 생머리..진짜 미치게 잘 어울린다. 안 믿어질지도 모르지만 난 그의 얼빠는 아니었다 ㅋㅋㅋㅋ 그 반쯤 치켜뜬 눈이 워낙 고혹적이고 긴머리가 예뻐서 섹시로커로 이름을 날리긴 했지만, 그냥 남들이 좋아하는 만큼만 외모에 열광했음. 근데 이 오빠는 정말 록커 안 했으면 뭐하셨을까...재즈 피아니스트 이런거 했어도 잘했을 거 같기도 하지만- 아 남자가 부츠컷 바지가 그렇게 잘 어울리면 어떡해. 생각보다 키가 크진 않지만 다리가 길고 말라서 뭐든 잘 어울린다. 지금 기자들이 바보들인지-_- 다섯곡 끝나고 윗통 벗었는데-_- 그 사진은 하나도 안 뜨고 앞에 옷 입은 사진들만 있다. 진짜 살 하나도 없고 근육인데, 큰 근육이 아니라 딱 예쁘고 적당한 근육이라 보기 좋음. 연주 자체가 뇌쇄적임. 아 놔 얼빠 아니래매 한 문단을 누노 외모 찬양에 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ecadence dance하고, 새 앨범의 두번째 곡인 comfortably dumb을 했다. 같이 간 친구가 새 앨범에서 제일 좋다는 곡이었는데, 공연 가는 길에 떼창을 위해 신곡들의 주요 부분을 좀 입으로 익혀놨는데, 이 노래도 물론! 두번째로 나와서 더 기뻤다. 후렴반복구를 따라 부를 수 있었다. 그리고 rest in peace. 완전 전주 나오는데 눈물 쏙 빠진다. 이건 뭐 익스트림은 전곡이 다 좋아서 정말 ㅠㅠㅠ 아마 세곡인가 끝나고 인사를 하신 것 같다. 좀 똘끼가 있어 보여도, 사람 좋을 것 같은 게리형, 고새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랑 감사합니다 외워갖구 와서 인사한다. 게리는 목소리를 늘 듣는 거니까 말하는 것도 생각하던 대로의 그 목소리인데, 누노는 생각보다 훨씬 부드럽고 여린 느낌의 음색을 가지고 있다. 코러스 하는 거 보면 그것보단 좀더 저음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말도 조근조근하고..
이 쯤에서 내 자리에 대해 말해 보면, 정중앙이라 양쪽 다 잘 보이고 무대와 진짜 가까웠다. 멤버들이 가장자리로 나오면 거리가 2m 정도밖에 안되었으니 말 다했지. 누노몸에 새긴 문신까지 한땀한땀 다 보이는 거리. 멜론 악스홀이 워낙 아담한 곳이라 사실 좌석이나 멀리서 봤어도 잘 보였겠지만...이렇게 앞에 있으니 우리 오빠들 얼굴 표정이 하나하나 다 보여서 난 아마 늙어지쳐 쓰러지는 날까지 스탠딩 앞자리 포기 못할 것 같다
사실, 굉장히 힘들었다. 첫곡 decadence dance때 막 점핑하면서 놀았는데, 고 한 곡 내내 점핑했다고 끝나고 났더니 산소부족에 헐떡대고 있었다. 내가 공연 다녀본 역사상 첫곡에 지친적은 절대 없다. 그런데 어제는 정말 첫곡 끝나고 숨이 너무 가빴다. 이러다 마지막까지 버티려나?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였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 다음부터 호흡이 가다듬어지고 한 너댓곡 지나니 체력이 보충된다 ㅋㅋㅋ 함성 지르는 목소리도 계속 커지고, 지침 따위는 없다. 이것을 어디서 더 잘 느꼈냐면,
스탠딩은 알려져 있다시피 전쟁이다. 앞쪽으로 계속 밀리기 때문이다. 사실 그냥 미는 거면 문제는 크지 않은데, 뒤에 있던 사람들이 끼어들어오는게 문제가 된다. 앞으로 진출하기 위해서 어께로 몸 사이사이를 파고들면서 들어올때 그 자리에서 버티지 못하면 꼼짝없이 뒤로 밀려나게 된다. (예전에는 한 칠팔년 전에는 뒤에서 앞으로 진출하는 거 나도 잘했다; 그래서 막 맨앞으로 진출한 적도 있고...그런데 앞에서 당해보니 이건 절대 해야 되는 짓이 아님;;;) 어제 공연, 75%는 남성 관객이었다. 나는 서태지 라이브 맨앞쪽이 스탠딩 사상 최고로 힘든 자리라고 생각했다. 태지 공연은 여성팬이 많긴 해도 그 염원 면에서 역사상 최고라고 해도 과장이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굉장히 힘이 든데...어제 익스트림 이에 못지 않았다. 게다가 싸워야 할 사람들이 남자들이라는 악재까지! 정말 내 오른쪽 옆자리는 전쟁이었다. 계속 옆에 서 있는 사람 얼굴이 바뀌었다. 내 처음 신경전은 왼쪽 남성 동지와 시작되었다. 어깨를 확보해서 자꾸 겹쳐서 자기가 반발짝 앞에 서려 하는데,...난 이대로 뺏기면 죽는다 싶은 심정으로 버텨냈다. 요새 suns 트레이드 이후 살이 또 빠져 가지고 사십팔킬로가 나갈까 말까 하는데도 절대 밀리지 않았다. 이 동지랑은 서너곡의 신경전 끝에 내가 승리해서, 그는 뒤로 밀렸다 결국. 그다음 오른쪽으로부터의 제법 덩치들의 끊임없는 쇄도에도 나는 공연 끝까지 앞에서 세번째 줄, 서 있던 자리를 지켜냈다. 정말 사람이 못할 일이 없다. 다시 한번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는 것을 느꼈다*_*
하여간, 네번째 곡이 다시 2집 곡인 it's a monster였고, 다섯번째가 새 앨범의 star! 요것도 반복구를 대충 외워갔기 때문에 좀 어설프게 떼창에 참여. 곡 분위기에 맞춰서 흔들거나, 뛰거나, 박수치거나 하여간 다양하게 밴드가 원하는대로 완벽하게 움직였다. 앞자리가 좋긴 좋은게, 게리와 누노가 끊임없이 무대 앞쪽으로 쇄도해 주었다는 것. 게리는 마이크를 내밀기도 하고 춤도 추고, 누노는 열라 뇌쇄적인 미소를 뿌리거나 눈을 지그시 감고 솔로를 한다. 누노는 자기가 의도와 상관없이 굉장히 섹시해 보인다는 거 알고 저러는 거겠지? 그들이 관객을 낚은 것만큼이나, 관객들도 낚고 있었다. 늘 그래왔듯이, 서서히 서서히 이 밴드를.
그리고...누노는 웃도리를 벗어던지고 그 이후로 내내 상반신 누드인 채로 공연으르 지속했다. 날씬해서 그런지 위화감없이 그 상태대로 멋있었다. 아마 그 다음 곡이 4집의 tell me something i don't know였을 것이다. 이 다음부터는 노래 순서 외우는 건 포기했다. 땀인지 눈물인지가, 각각 앨범의 노래가 나올 때마다 흘러 나왔다. 공연이 무르익고 분위기가 로켓처럼 치솟음에 따라 더더욱...
순서가 다소 헷갈리긴 하는데, 그리고 누노가 오베이션으로 짧은 솔로 무대를 가진다. 여러곡을 좀 이어서 하고, midnight express도 하고, 한곡한곡 빠짐없이 기대했던 만큼 누리고 즐겨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스탠딩 아주 앞에서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그렇게 무대 가까이서 보면, 음질이나 음향이나 울림이나 연주나, 이런 건 기억에 잘 안 남는다. 무대 앞에서는 귀보다 눈이 훨씬 열려하기 때문이다. 뒤에서 보면, 눈보다 귀가 열렬한 감각이기 때문에 그런게 잘 들리는데.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할말이 없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출력이 좀더 컸어도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이스 출력도. 하여간, 공연 당시에는 하지 못하던 생각들임.
그리구...more than words를 하기 위해서, 의자를 두개를 가져다 놓고....ㅠㅠ 누노는 농담을 하고..예전에 그랬었죠...두 남자가..의자 두개에 앉아선.., 우리가 무슨 노래 할 건지 알아요? 네~~!! 정말 안다고 생각해요? 네~~!! 그러니까 stairway to heaven의 앞소절을 치는 건 ㅠㅠㅠㅠㅠ 언제 또 누노가 그거 치는 걸 듣겠어. 그리고 more than words를 하시는데, 정말 원곡자들이 질릴 떼창이었다. 게리도 누노도 중간에 노래와 연주를 잠깐씩 멈출 정도로, 놀라고 기쁜 표정. 다른 곡들 떼창도 좋았는데, more than words야 뭐 말할 필요도 없지...참 밴드 활동하면서 이 노래 지겹도록 하고 그랬을 텐데, 이 노래가 대표곡이 되는 것도 참 굴레란 생각도 들법 한데, 그렇게 다정하고 기쁘게 해 줘서 기뻤다
그 다음 노래가 역시 새 앨범의 슬로우넘버인 ghost인데, 난 이 노래 좋은데, 아직 익히지 않은 발라드라서 그랬는지 관객들이 모든 곡중 가장 가만히 있었던 노래였다. 누노님은 페도라를 쓰시고 피아노를 치셨지.... 그렇게 잡아죽일듯 난리치면서 공연보던 관객들이 가장 얌전했던 곡이라, 좀 민망해져서 다음곡이 신나는 넘버이기를 바랐지. 오오 cupid's dead!!!! 3집에서 또 좋아하는 노레. 벌써 공연은 종반으로 가고 있었다. 한증막 이상의 열기였지만, 체력은 맑아지고 목소리도 높아져만 갔다
게리도 누노도, 많은 내한밴드들이 그랬듯, 이 열정적이고 극성스런 팬들에게 홀딱 반해 버렸다. 누노는 다른 밴드로 온 적이 있어서 이미 알겠지만, 이 익스트림의 최초 내한만큼은 아니었을 거야. 중간 중간 무대 가장자리까지 나와 우리를 바라보며 노래하고 연주할때,
게리는 신기하고 마냥 기쁘고 감격한 표정
누노는 뿌듯하고 고마워하는 표정
팻은 기특해하는 삼촌 미소
(드럼의 케빈은 멀리 앉아서 드럼치기 때문에 앞으로 못나오지;)
대략 이랬다. 누노 그 조근조근한 목소리로...우리가 한국 오는 데 19년이 걸렸어요...세상에 19년이라니! (fucking 19 years..) (자기들한테) 멍청한 녀석들 같으니라구... 이런다 ㅠㅠ 그러면서 게리도 누노도 최상급 쏟아내기 시작. 익스트림이 한 공연들 중 여러분들이 최고예요! (한국 록팬들 이 얘기 진짜 자주 들음 ㅋㅋ 그런데 들을때마다 그게 진심이라는 걸 알겠다) 이 자리에서 약속해요. 정말로, 곧 다시 올게요. 약속해요. 그러면서 게리는 또 외워 가지고 온, 사랑해요, 라고 말한다. 몇번이나, 몇번이나. 게리의 떨리는 치솟은 음성 속에서 그가 정말로 감동했다는 걸 알았다. 한국, 서울에서 처음 공연하지만, 우리 바로 사랑에 빠져 버렸어요...
그들은 알까?
우리도, 팬들도 그랬다는 것을.
그들이 우리에게 감동한 만큼,
우리도 그들에게 감동해서,
계속계속 그렇게 서로 정답고 감격한 시선들을 주고받고 있었다는 것을.
13년전만큼, 그 이상으로 멋지다는 것을.
그리고 신곡을 하고, 누노의 bumble bee. 사실 내내 눈앞에서 핑거링하는 손에 까만 매니큐어 칠한 누노가 그런 엄청난 연주를 굉장히 아무렇지 않게 계속 하는 걸 보자 하니, 세기의 기타리스트가 꼭 듣고 싶던 그 연주를 펼치는데도 뭔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앉았었음. 근데 누노 정말, 그런게 있다. 분명히 속주도 엄청나고, 화려한 솔로, 손가락이 거미처럼 움직이는 연주를 하는데도, 나 지금 기술부리고 있다 이런 느낌없이 부드럽고 편안하다. 뭐랄까, 20대 때의 날선 느낌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건 그것 나름대로 좋았지만, 지금도 너무 좋다
마지막 곡은, 팻의 베이스가 알려준 get the funk out! 역시 2집 곡을 많이 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익스트림의 첫 라이브라면 이 노래가 빠진다는 것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또 엄청난 떼창을 유도하면서 좀더 늘여서 부른뒤 마무리. 예정된 잠시의 퇴장. 팬들은 그들이 다시 나오기까지의 3-4분간 조금의 줄임도 없이 앵콜을 외쳐댔다
그리고, 나와서 다시금 인사를 한다. 한국인삿말 섞어가며, 정말 정말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꼭 가까운 시일 안에 다시 올 것임을 약속한다고. am i ever gonna change? 그래 이 노래 끝난 다음에 인사했나 보다. 그리고 마지막 곡이라며 모두 무대 앞쪽에 나란히 서 부른 hole hearted. 익스트림 특유의 어쿠스틱 기타음이 돋보이는, 그리고 밴드 모두가 함께 불러서 좋은 노래. 마지막 곡으로는 완벽하다. 역시 떼창 엄청났고- 난 또 울 뿐이고-
그리고 나서도, 우리는 원모어를 외쳤다. 그들도, 준비된 곡을 다 마친 그들도, 내려가고자 하지 않았다. hole hearted가 끝나고 바로 드럼쪽에 넷이 모이더니 의논을 한다. 팬들에게, 우리에게 좀더 선사하고 싶은 것이다 ㅠㅠㅠㅠ 우리나라에서 특히 인기가 좋았던 suzi를 외치는 팬들이 많았지만, 그것은 안된다는 모양이고. 다시 의논을 하더니, warhead를 해준다 ㅠㅠㅠㅠㅠ 그리고 이어진 matha! 사실 1집에서 이 노래를 왜 안하나 했는데, 마지막에 해 준 셈이다. 앵콜곡을 부르는 게리와, 연주하는 누노랑 팻, 케빈 모두, 너무 기분이 좋아 보여서 나도 좋았다. 무대 가장자리로 나온 팻의 그 인자한 미소 잊지 못한다. 어쭈쭈쭈쭈쭈, 우리 애기들 그렇게 좋아? <---요 표정;;;
길게 길게 늘인 곡과 공연, 2시간 30분의 열정적이었던 공연, 정말 마지막 곡을 끝내고도 그들, 무대를 떠나지 못한다. 우리도 다시금 그들을 갈구할 뿐이다. 무대 맨 끝까지 나와서 앞쪽의 관객들 손을 잡아준다. 안타깝게도 내 손은 30cm쯤 부족했다. 누노는 급기야 무대를 내려와서 ㅠㅠㅠ 펜스까지 다가와서 손을 잡아주고 팬들이 껴안게 놔둔다. 정말 누노가 쑥 1m 앞까지 다가왔었다. 그렇게 왼쪽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훑어준뒤 다시 무대에 모여서, 손을 흔들어주고 인사하고....그들의 기분이 정확히 우리와 같음을 알았다. 떠나기 싫고, 우리는 보내기 싫고. 여건만 되면, 정말 다 죽었어 하면서 밤새고 싶은....ㅠㅠ
앵콜때에는 정말 보내기 싫어서 눈물이 나왔다. 정말 멋지구나. 이렇게 좋은 거구나. 진짜 밤새 익스트림 공연 보면서 계속 놀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겠다 싶을 정도로....여전히 이렇게 멋진 무대, 연주, 노래
새 앨범 투어의 일환이었을 텐데, 새 앨범 곡은 4-5곡 밖에 안 했다. 이 점이 아쉬우면서도, 그 마음씀에 고마운 점이다. 당연히 새 앨범의 곡을 반 정도로 채우고 나머지 반을 기존의 곡들로 해야 하는 것일 텐데, 첫 방문인 점과 13년만의 재결성이라는 점을 생각해서 팬들이 좋아하고 익숙한 기존의 넘버들을 훨씬 많이 넣어준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가본 내한 공연 중 최고는 smashing pumpkins의 the first and the last live in Seoul이었다고 생각한다. 밴드와 관객과의 교감이 역대 최고였다고 생각하므로, 그게 바로 라이브의 궁극이라고 여기므로, 그랬다. 그게 벌써 8년전이다. 이후에도 공연을 봤지만, 지금가지 그들의 공연을 뛰어넘는 공연은, 나 개인적으로는 없었다고.
어제 익스트림에게서 그런 것을 봤다. 스매싱 펌킨스의 그것이 차분하고 벅찬 교감이었다면, 익스트림은 격하고 뿌듯하고, 감동적인 교감이었다. 서로에게 감동해서 자리를 떠나지 못하겠는 열정. 성실하고 꽉 채웠던 공연과 무대매너, 열띤 눈빛에 담겼던 고마움과 감격, 그리고 깊이 나눴던 이 공존의 기억,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스매싱 펌킨스를 2위로 밀어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익스트림의 경우에는 내가 심한 팬이기 때문에 사심이 끼어든 것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공동 1위! 라고 말하겠다. 그래도, 난 다시 내가 이런 공연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
예매 평균 연령이 32세였다. 몌매인의 55% 이상이 30대였다. 익스트림이 전성기를 누렸던 15년전, 딱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이들을 열심히 듣고 팬이 되었던 이들이 시기를 지내며 30대가 된 것이다. 그중의 한명이 또한 나인 것이다. 10년의 공백동안 지금 활발히 팬층을 두텁게 이루어져야 할 20대가 부족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40대 완숙한 밴드의 열렬한 지지층이 30대인 것은 나쁘지 않다
끝나고 나서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고, 눈물도 계속 나오고, 하여간 지금도 노래 듣고 있는데, 떠올리면 머릿속으로 가슴속으로 그 교감의 공기가 전해져온다. 이 신경에 바로 와닿는 감정의 궁극, 음악의 가치와 힘이고, 그리고 평생 이렇게만 살았으면 싶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다
그들에게 깊이 감사한다. 이런 음악과 무대를 가질 수 있게 해 주어서.
이렇게 좋은 거였다
약속대로, 그들이 빨리 다시 돌아오기를 바란다. 그때에는 정말 완벽하게 노래를 외워서 소리높여 따라하고 싶으니까.
이 넘쳐흐르는 감정의 덩어리들,
어떻게 해야 되더라...
12월 13일 토요일 2008년
멜론 악스 홀
7pm